LED 전구를 사려고 하면 주광색, 주백색, 전구색 세 이름부터 고르게 된다. 흔히 주광색은 푸른 기가 도는 흰빛, 전구색은 노란 빛, 주백색은 그 사이로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이름들은 빛의 색을 몇 개의 묶음으로 나눈 이름일 뿐이다. 실제로 빛이 어떤지는 포장에 함께 적힌 두 숫자, 색온도(K)와 연색 평가수(Ra)가 더 정확하게 말해 준다. 이 글은 그 두 숫자를 읽는 법을 제품 디자이너의 쪽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름은 묶음이고, 숫자는 위치다
색온도는 빛의 색을 켈빈(K) 단위의 숫자 하나로 나타낸 값이다. 미국 오리건주의 에너지 효율 기관 Energy Trust of Oregon은 조명의 색온도가 대략 2,200K에서 6,500K 사이에 있고, 숫자가 낮을수록 따뜻하고 노란 빛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기관이 권하는 값은 거실, 침실, 식당은 2,700K 안팎, 주방과 작업 공간은 3,500K 안팎의 차가운 흰빛, 독서등과 책상등은 밝은 낮에 가까운 5,000K다.
미국은 이 숫자를 포장에 표시하게 한다.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명 라벨 규정은 일반 조명 램프의 포장에 상관 색온도를 켈빈으로 적고, 이를 ‘빛의 겉보기(Light Appearance)’라는 이름으로 왼쪽 2,600K부터 오른쪽 6,600K까지의 눈금 위에 표시하도록 정해 두었다. 이름이 아니라 숫자와 눈금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세 이름의 뿌리는 한자 이름이다
주광색(晝光色), 주백색(晝白色), 전구색(電球色)은 한자로 읽으면 일본 산업표준의 광원색 이름과 같다. 일본 조명 제조사 이와사키전기의 기술 자료에 따르면, 일본 JIS Z 9112는 형광램프와 LED의 빛을 주광색, 주백색, 백색, 온백색, 전구색의 다섯 묶음으로 나눈다. 우리가 매장에서 흔히 보는 세 이름 사이에 백색과 온백색이 더 있는 셈이다.
더 눈여겨볼 점은 경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표준은 묶음을 상관 색온도 하나로 자르지 않고, 상관 색온도와 함께 duv라는 값을 써서 색도도 위의 사각형 범위로 정한다. duv는 빛의 색이 흑체가 내는 빛의 궤적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낸다. 상관 색온도가 같아도 duv가 다르면 빛의 색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름이 같은 두 전구도 나란히 켜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국내 KS 표준의 이름별 정확한 구간은 이 글을 쓰며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 대신 이름보다 포장의 K 숫자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습관을 권한다.
Ra는 ‘색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 주나’의 점수다
색온도가 빛 자체의 색이라면, 연색성은 그 빛 아래에서 물건의 색이 얼마나 본래대로 보이느냐다. 국제조명위원회(CIE)는 CIE 13.3-1995 보고서에서 시험색 방법을 연색성 평가의 기본 방법으로 정했다. 분광 특성으로 정의한 시험색 여덟 개로 평균 연색 평가수를 내고, 강한 빨강, 노랑, 초록, 파랑과 피부색, 나뭇잎 색을 나타내는 시험색 여섯 개를 따로 둔다.

계산 순서는 위 그림과 같다. 이와사키전기의 자료는 시험할 빛과 같은 색온도의 기준 빛을 고르는데, 상관 색온도가 5,000K 미만이면 원칙적으로 완전 방사체의 빛을, 5,000K 이상이면 CIE 주광을 쓴다고 설명한다. 두 빛 아래에서 시험색의 위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ΔE)를 구하고, 시험색마다 100에서 4.6 × ΔE를 뺀 값을 점수로 삼는다. 이 가운데 1번부터 8번까지의 평균이 Ra다. 색 차이를 거리로 재는 방식은 색차 ΔE로 컬러 승인을 정리한 글에서 다룬 것과 같은 생각이다.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평균의 함정이다. 강한 빨강을 대표하는 9번 시험색은 Ra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Ra가 높게 적힌 빛이라도 빨간 제품, 나무, 피부색이 기대보다 탁하게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빨간 부품이 많은 제품을 다룬다면 Ra와 함께 R9 값을 따로 공개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Ra 80, 90, 95라는 숫자는 어디서 오나
제품 설명에 자주 보이는 Ra 80, 90, 95라는 숫자에도 근거가 있다. 이와사키전기 자료가 옮겨 둔 JIS Z 9112의 LED 표를 보면, 보통형은 Ra 최저값이 60이고, 고연색형은 네 단계로 나뉜다. 클래스 1은 Ra 80 이상, 클래스 2는 Ra 90 이상에 JIS에만 있는 15번 시험색 85 이상, 클래스 3은 Ra 95 이상에 R9 75 이상, 클래스 4는 Ra 95 이상에 R9부터 R15까지 모두 85 이상이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평균만이 아니라 강한 빨강과 피부색 같은 개별 시험색의 하한이 붙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평균 하나로는 모자라다는 것을 표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포장에 적힌 Ra 숫자가 어떤 등급 체계를 따른 것인지는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숫자가 같다면 R9를 함께 적었는지, 몇 번 시험색까지 공개했는지를 보면 그 제조사가 색 재현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포장을 볼 때 확인할 순서: ① 이름 옆의 K 숫자 ② Ra ③ R9 공개 여부. 이름은 같아도 이 세 숫자가 다르면 다른 빛이다.
디자인 작업에서 색온도를 정해 두어야 하는 자리
첫째, 시제품과 색을 보는 자리다. 같은 시편도 빛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에, 컬러 검토 회의마다 조명이 바뀌면 지난번 결론과 이번 결론을 비교할 수 없다. 검토 장소의 조명 K와 Ra를 기록해 두고, 가능하면 같은 조명에서 다시 본다. 이 기록을 컬러칩, 광택도와 함께 남기는 방법은 제품 컬러 스펙 관리에서 정리했다.
둘째, 조명 제품을 디자인하는 자리다. 광원의 색온도는 소재와 마감 색과 함께 컨셉 단계에서 정해야 한다. 따뜻한 우드나 브라스 프레임에 차가운 흰빛을 넣으면 소재가 주는 인상과 빛이 부딪힌다. 이 순서의 문제는 조명기구 디자인 글에서 따로 다뤘다. 사양서에는 색온도 이름 대신 K 숫자와 허용 범위, Ra 최솟값을 적어 두어야 생산 로트가 바뀌어도 같은 빛이 나온다.
셋째, 사진과 화면이다. 촬영 조명의 색온도가 섞이면 한 장의 사진 안에서도 흰 부품의 색이 갈린다. 촬영할 때는 한 종류의 K로 맞추고, 화면에서 결과를 볼 때는 모니터 쪽도 기준을 맞춰야 한다. 빛을 숫자로 읽기 시작하면 “사진이 좀 누렇다”는 말이 “3,000K 조명 하나가 섞였다”는 말로 바뀐다.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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