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 성형의 기본 —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금형 상식

사출 성형을 단순히 “공장에서 알아서 해주는 공정”으로 여기는 디자이너가 많다. 하지만 사출 성형은 금형이라는 물리적 도구를 거쳐 형태를 찍어내는 공정이기 때문에, 디자인 단계에서 내린 결정 하나하나가 금형의 구조와 비용, 나아가 제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언더컷을 하나 넣느냐 빼느냐에 따라 금형에 슬라이드 코어가 추가되고, 이는 곧 금형 비용과 납기에 직결된다.

1. 사출 성형이 디자인 결정에 미치는 영향

사출 성형은 가열해 녹인 플라스틱 수지를 금형 안으로 밀어 넣고, 냉각시켜 굳힌 뒤 금형을 열어 제품을 꺼내는 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제약은 “금형을 열었을 때 제품이 걸리지 않고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디자이너가 그릴 수 있는 형태의 범위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 곡면이 많고 복잡한 형태일수록 금형 구조도 복잡해지고, 그만큼 비용과 리드타임이 늘어난다.

플라스틱 수지를 가열해 녹인다

녹은 수지를 금형 안으로 밀어 넣는다

냉각시켜 형태를 굳힌다

금형이 걸리지 않는 방향으로 열린다 (형개)

완성된 제품을 꺼낸다 (취출)

사출 성형의 기본 흐름 — “걸리지 않고 빠져나와야 한다”가 형태를 결정한다

2. 금형의 기본 구조 — 코어와 캐비티

사출 금형은 크게 코어와 캐비티 두 부분으로 나뉜다. 캐비티는 제품의 바깥 면 형상을 만드는 쪽이고, 코어는 안쪽 면 형상을 만드는 쪽이다. 두 부분이 맞물려 있다가 수지가 굳으면 갈라지면서 제품을 꺼낸다. 이 갈라지는 방향을 형개 방향이라고 하는데, 디자인 형태가 이 형개 방향과 어긋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면 언더컷이 발생한다.

캐비티

제품의 바깥 면 형상을 만드는 쪽

코어

제품의 안쪽 면 형상을 만드는 쪽

코어와 캐비티가 갈라지는 방향(형개 방향)이 디자인 가능한 형태를 결정한다

3. 언더컷과 드래프트 앵글 — 빼기 쉬운 형태 만들기

언더컷은 금형이 열리는 방향과 반대로 걸리는 형상을 말한다. 후크, 내부 리브, 옆으로 파인 홈 등이 대표적이다. 언더컷이 있으면 슬라이드나 리프터 같은 별도 구조를 금형에 추가해야 하고, 이는 금형 비용을 눈에 띄게 늘린다.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언더컷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드래프트 앵글이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벽면은 금형에서 제품을 뺄 때 마찰로 긁히거나 걸릴 수 있어서, 벽면에 약간의 기울기를 주어 빠지는 방향으로 살짝 벌어지게 만든다.

💡 실무 포인트 — 수직 벽면에는 항상 드래프트 앵글을 반영하고, 언더컷은 완전히 없애기 어렵더라도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금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4. 게이트와 웰드라인 — 눈에 보이는 결과물의 흔적

수지가 금형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게이트라고 하는데, 게이트의 위치는 제품 표면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미리 협의해야 하는 요소다. 특히 여러 개의 게이트에서 흘러온 수지가 만나는 지점에는 웰드라인이라는 미세한 경계선이 생길 수 있고, 외관이 중요한 부위라면 이 웰드라인이 눈에 띄지 않는 위치로 게이트를 설계해야 한다. 두께가 급격히 변하는 부위에서는 수지가 고르게 채워지지 않아 싱크마크라는 오목한 자국이 생기기도 한다.

게이트 위치 미협의

외관 중요 부위에 웰드라인이 그대로 노출될 위험

게이트 위치 협의 완료

눈에 띄지 않는 위치로 웰드라인을 감춘다

같은 형태도 게이트 위치에 따라 완성도가 갈린다

이런 결함은 형태를 조금만 조정해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사출 성형을 이해하는 디자이너와 그렇지 않은 디자이너의 결과물 완성도 차이가 여기서 벌어진다. 금형 설계와 종류를 정리한 글에서 코어와 캐비티 구조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시제품 제작 단계를 다룬 글과 함께 읽으면 워킹 샘플 단계에서 금형 이슈를 어떻게 미리 걸러낼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수지별 성형 특성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는 Plastics Industry Association 같은 업계 단체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5. 소재별 수축률도 함께 고려하기

플라스틱은 냉각되며 수축하는데, 그 수축률이 소재마다 다르다. 같은 금형이라도 어떤 수지를 쓰느냐에 따라 실제로 나오는 제품의 치수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어, 금형을 설계할 때부터 사용할 소재의 수축률을 반영해 치수를 보정해둔다. 디자인 단계에서 소재를 바꾸기로 했다면 이미 만들어둔 금형의 치수 보정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 마치며

디자이너가 사출 성형 전에 확인할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형태에 포함된 언더컷을 모두 식별하고, 없앨 수 있는 것과 없앨 수 없는 것을 구분했는가
  • 수직 벽면에 드래프트 앵글을 반영했는가
  • 제품 두께가 급격히 변하는 구간이 있는지 확인했는가
  • 게이트 위치가 외관에 미치는 영향을 금형 담당자와 미리 협의했는가
  • 웰드라인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부위를 파악했는가

사출 성형은 디자인이 끝난 뒤에 시작되는 별개의 공정이 아니라, 형태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이미 함께 진행되는 작업이다. 다음 형태를 스케치할 때는 금형이 어느 방향으로 열릴지부터 먼저 그려보자. 그 한 줄이 이후 모든 협의 시간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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